운동할 때 입을 옷이 마땅치 않다는 딸과 옷을 사러갔다. 노스밴쿠버에 있는 파크로얄이라는 복합쇼핑몰에는 수 많은 의류브랜드들이 저마다의 디자인으로 옷을 내놓고 있었지만, 딸아이의 마음에 드는 옷을 찾지 못해 이 매장, 저 매장을 배회하다 아래 사진의 브랜드 매장에 발길이 닿았다. 앞의 여러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이러했다. 딸애가 필요한 옷은 스케이트 레슨 때 입을 옷인데, 아이스링크가 실내이기 때문에 모자가 필요없다. 그런데 필자가 살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는 레인쿠버라고 할만큼 가까운 미국 시애틀과 함께 연중 가랑비가 내린다. 그러니 이곳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스포츠 상의는 모자가 달려있다. 실내라서 모자가 필요없는 이유도 있지만 모자가 아이스링크에서는 사고의 매개가 될 수도 있다. 스케이트를 타는 누군가가 중심을 잃으면서 얼떨결에 다른 누군가 후드를 잡고 넘어진다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것이다. 옷을 잡을 수도 있지 않냐고? 스케이트장에선 장갑이 필수다. 확실히 거머쥘 수 있는 후드가 아니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매장은 다른 곳과 차원이 다른 점이 있었다. 캐나다엔 얇은 티도 후드형식이 많은데 그냥 티면서 활용도가 확실했고, 하의도 마찬가지로 필요로 하는 그 옷이었다. 와이프한테 물어보니 최근 캐나다에서 인기있는 브랜드라고 한다. 그런데 필자가 필자의 글에까지 이 브랜드를 소개하게 된 이유는 바로 라벨에 있다. 필자와 딸애가 생각한 그 옷을 사야하는 이유가 이 브랜드의 옷마다 달린 라벨에 'why we made this'란 말과 함께 적혀있었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점퍼에도 하나는 햇볕이 있는 날 입는 점퍼라 적혀있고, 다른 하나는 햇볕이 없는 날 입는 점퍼라고 적혀있다. 두 옷의 차이는 통풍과 방수였다. 보통 아웃도어라고 하면 다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 비가 올지, 언제 햇볕이 날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는 옷이기 때문이다. 근데 그건 어디 높은 산에 한정된 짐만 가지고 가야하는 등산갈 때 아닌가? 근처 산에 가는데 그런 다목적 웨어를 입고 가면 햇볕있는 날은 방수 때문에 덥고, 비오는 날은 통풍 때문에 춥다. 옷을 다목적으로 만들려다가 못입고 들고 다니게 만들는 것이 대부분의 아웃도어나 스포츠 브랜드다. 그런데 그런 옷들은 팔 때 아무 설명이 없기 때문에 맑을 땐 덥다고 욕듣고 비올 땐 비 샌다고 욕듣는다. 그런데 이 브랜드는 옷을 만들 때 목적을 확실히 하고 또 그 목적을 제품에 명시함으로서 소비자가 하나살거 두개 사서 상황에 따라 골라입게 만들고 있다. 고객입장에서 도움이 되면서 브랜드 입장에선 돈이 되는 역발상인 것이다.
필자가 쓴 이 글을 보고.. 아.. 이번엔 사주랑 상관없는 글 하나 쓰는갑다 하실거 같다. 아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필자의 사주보는 법, 그러니깐 본래 우리 전통 사주보는 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주는 22간지로 구성되어 있다. 옷도 여러 옷감과 단추, 자크 같은 부속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흔히 신축성이 좋은 옷감을 사용했으면 운동복, 윤이나고 태가나는 천을 이용했으면 정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운동하러 가려고 옷을 달라고 할 때 스판바지 달라고 하면 운동복 바지를 준다. 하지만 최근엔 옷감을 만드는 기술의 발달과 사람들의 취향이 변하면서 모든 옷에 신축성있는 옷감이 사용된다. 정장도 스판정장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신축성 좋아야 편할 것 같았던 잠옷이나 리빙룩에는 신축성이 전혀없는 자연소재의 옷감이 사용되는 추세다. 옷은 구조로도 구분한다. 모자가 달린 옷은 모자가 방수가 목적인지, 방한이 목적인지에 따라 사용되는 옷감이 달라진다. 더운 여름철 자외선을 피하면서도 시원한 옷은 이제 예전 100% 면런닝처럼 필수가 되어가는 것 같다. 망사같은 구조의 매쉬옷감은 통풍을 위한 것엔 어디나 사용된다. 이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향상된 기술이 적용된 옷감들로 올해도 수 많은 옷들이 쏟아져 나왔다. 옷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의 세심한 아이디어가 담긴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옷이다. 근데 매장에서 팔릴 땐 그냥 여름옷, 스판옷, 기능성옷 등으로만 팔린다. 필자가 말하는 캐나다 브랜드나 다른 브랜드나 같은 기능성 옷감을 사용한다. 하지만 같은 옷감을 사용했다고 해서 같은 옷은 아니다. 이유는 옷을 만드는 회사가 각 옷마다 사용한 옷감의 재질과 디자인으로 옷의 기능을 정하기 때문이다. 말로 설명하기 더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예를 들면 사주에 방수점퍼가 들어가 있는 사람이 있다. 방수점퍼는 비올 때는 다 입을 수 있으니 비오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다 입을 수 있는 옷이다. 그런데 방수점퍼라는 인자에 매쉬라는 그물옷감인자가 있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같은 방수점퍼인자를 가지고 있지만 이 방수점퍼인자의 사용계절은 매쉬라는 옷감에 의해 전혀 달라진다. 사주의 22간지가 이와 같다는 말이다. 특정인자를 사용해서 같은 직업을 가지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또다른 인자를 가진 사람과 가지지 않은 사람은 그 속에서도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니깐 같은 식신이라도 공부의 인성이 강한 사람은 교육으로 가고, 기술의 인성이 강한 사람은 요리나 제조로 가며, 상관이 겸한 사람은 창작활동에 더 적합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걸 보고 사주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하나하나 뜯어본다고 말을 하는데, 그렇게 사주팔자를 뜯어서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오래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여기서 직업도 나오고 성격도 나오고 성향도 나오는 것이다.
필자는 사주상담을 녹음을 하게 한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말한대로 안되면 무슨 욕을 먹을까 걱정이 되서 그럴 엄두를 못내는 역학자들이 대부분인 걸 안다. 필자의 생각은 반대다. 필자가 말해주는 내용이 시간적으로 길고 손으로 그 긴시간 상담을 모두 적거나 기억하기엔 보통의 인간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기에 자신의 사주에 대한 설명이 담긴 녹음을 듣고 또 들어서 그 내용에 동의한다면 필자가 제안한 일을 무난히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내용이 전혀 달라서 필자가 나중에 다 틀렸다고 욕들으면 어떻하느냐고? 그게 뭐가 중요한가? 아무리 들어봐도 그건 아니라 안해서 그 사람 인생이 잘못되지 않았으면 되는 것이지...
인컨설팅 연구소 이동헌
노스밴쿠버 복합쇼핑몰 Park Roy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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