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앞전에 올린 글을 읽고 사주명리학을 공부하는 여러 그룹에서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사주명리학으로 미래를 추명[推命]할 수 없다는 것이냐.. 하는 뉘앙스를 받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한번 읽어봤는데...음... 여러분은 이 글을 읽고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사주팔자에 나와 있는 수명? 사고수? 병?

 

사주명리학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면 그런 생각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주명리학은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면서 파생된 학문이다. 그러니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학문이고 당연히 그 인간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예측할 수 있다. 사주로 남녀의 문제와 궁합을 추론할 때 정확도가 아주 높은데... 왜 그렇겠나? 인간이 이룬 최초의 사회가 남녀이어서다. 남녀관계에 사주의 가장 오랜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어서란 말이다. 음양학이 사주의 기초라고 하는 이유도 그 맥을 같이한다. 여자는 음이고 남자는 양이니... 그리고 사주명리학은 60년을 518,400가지의 칸으로 나누어 해당 칸에 태어난 사람의 건강을 통계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예측도 아주 정확하다.

 

무당을 찾아가 본 사람들이나 지나가는 스님이 하고간 한마디가 정확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예언이란 것이 아무런 사전 정보나 지식 없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내밷는 말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예언이 아닌 그냥 해본 소리가 나중에 우연찮게 들어맞은 것일 뿐이다. 필자가 위의 글에서 말하고자 한 바는 사주로 예측은 가능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아주 낮고, 그 정도의 가능성이라면 예측하는게 무의미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 이름을 날렸던 역학자분들은 후학을 기르실 때 함부로 남의 운명을 내뺃지 말라고 하셨다. 보인다고 다 말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이유는 인간은 메모리를 가진 동물이기 때문에 그 한마디에 집착하게 되고, 그 집착은 인간의 다양성을 막아서 더 크게 잘 될 수 있는 사람을 한정해 버린다. 가령 70년대 학교시험에서 '휴대가능하지 않은 것을 찾으시오.' 라는 객관식 문제의 정답을 '전화기'라고 답한 학생들은 이후 90년 대에 휴대전화를 보고 '우와~'했겠지만, 그 문제에 답이 없다고 생각한 학생은 휴대전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학교시험 문제 때문에도 생각이 한정되는 인간한테 명리학에서 안된다거나 그렇게 된다거나 하고 말해주는 건 아주 바보를 만드는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주명리학이 예언해줄수 있는건 단편적인 사건의 확률높은 결과이거나 검진이 필요한 상태의 건강 정보이지 확실한 미래가 아니다. 그럼에도 확률 낮은 가능성을 얻어 걸리겠지하는 마음으로 던지는 건 저인망 그물로 수산자원을 싹 쓸이하는 것과 같은 파괴행위인 것이다. '당신은 사고로 죽는다'..라고 말했을 때 불안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겠나 말이다.

 

사주명리학으로 인간에게 일어날 어떠한 사건을 예측할 때는 그 사람의 사주가 이러하고, 그 사주로 살아온 삶이 이러하고, 그 사주로 해온 판단이 이러하고, 그 사람의 행동과 사주형태의 유사점과 상이한 점을 확인한 후에, 예측하려는 결과의 내용이 어떤 것일 때, 그 사람의 사주로는 이런 결과가 가능하고, 살아온 삶으로는 이런 결과가 가능하고, 해온 판단으로는 이런 결과가 가능하고, 현실적인 이유로는 이런 결과가 가능하기에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라고 예측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컨설팅 시 어떤 예측을 말해줄 때 듣기엔 이 때 이 운이니 이렇고 저 때 저 운이니 저렇다고 말하긴 하지만 그 베이스에는 위와 같이 그 사람의 사주와 인생에 대한 이해가 깔려있다는 말이다.

 

주역 점을 치는 것과 사주로 하는 예측이 어떻게 다른가를 알면 필자의 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같아 소개해 본다. 주역점을 칠 때 꼭 지켜야하는 규칙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특정한 사건에 대해 한번만 칠 것, 두번째는 양단의 판단에만 칠 것이다. 첫번째는 이해가 될 것이다. 점쳐서 나오는 확률이란게 한번이든 만번이든 O 아니면 X이니 말이다. 그런데 두번째는 그럴거면 점을 왜 치냐는 생각이 든다. 경우의 수가 얼마나 많은데 양단의 판단을 할 때만 치라는 말인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건 주역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주역은 자연만물의 움직임의 법칙을 집약해 놓은 학문이다. 그러니 자연계인간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주역의 괘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설명은 우리가 아는 자연과 우리가 사는 세상이야기이므로 아주 상식적이다. 도저히 판단하기 힘든 어떤 사건이 있을 때 그 판단을 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어떤 쪽으로 판단하고 결정해도 판단의 결과가 가져다 주는 여파가 크기로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가령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결과는 배가 부르다. 물에 빠진 어머니를 구할까, 와이프를 구할까? 결과는 욕을 듣는다. KTX를 탈까? 무궁화를 탈까? 시간이 돈이냐, 돈이 시간이냐.. 아니겠는가? 모닝을 살까, 페라리를 살까? 사고나 죽을 리스크냐 굶어죽을 리스크냐 정도로 목숨이 달린 일이다. 이렇게 배 채우는 일부터 목숨 걸린 일까지 주역점을 쳐서 결정할 수 있지만... 점의 결과는 표면상으로만 다르지 같을 때 칠 수 있는게 주역점이고, 이것이 주역점으로 할 수 있는 주역의 예언이란 말이다. 어떠한 사건의 내용을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잔가지를 모두 제거하게 하고 마지막 선택이 필요한 시점에서 주역점을 통하는게 주역의 역할인 것이다.

 

사주명리학으로 미래를 예언할 수 있다. 분명... 하지만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신호등이 어떻게 설치되어 있는지 본적이 없다면... 그냥 열심히 살라고 말해주고 말아라. 당신이 보지못한 미래에는 당신이 생각하는 현재의 최고 직업이 최악의 직업으로 바뀔수도 있는 것이고, 당신이 생각하기에 최고라는 돈이.. 없어도 살 수 있을지 누가 알겠나?^^ 

 

 

 

인컨설팅 연구소    이동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