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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30 관상에 대하여... 그리고 관상책 쓰기 15

역학 중 가장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관상이다. 여자 손 한번 잡아보려는 마음에 자칭 손금 전문가들도 넘쳐 나지만 그건 손바닥을 펼쳐야 하는거니깐 가면만 쓰지 않으면 보이는 관상이 가장 쉽게 상대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나? 필자는 개인사주를 방문으로도 보고 전화로도 본다. 그래서 방문과 전화로 보는 사주의 차이점을 문의하는 분들이 많다는데, 그 차이는 관상을 보고 안보고의 차이라고 답해주라고 직원에게 말해뒀다. 그래선지 방문해서 사주를 다 보고 난 후에 자신의 관상을 따로 봐달라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그럴 땐 웃으면서 이미 다 고려해서 사주를 봐드린거라고 말씀드린다. 실제로 그러니깐 말이다. 사주와 관상을 보면서 신기한건 대부분의 분들이 사주와 관상이 아주 심하게 닮아있다는 점이다. 초년을 말하는 이마가 약한 분은 년주와 초기 두개의 대운이 기울어 있다. 중년 전후의 등락을 보는 산근이 내려앉은 분은 중년 대운 역시 내려앉아 있다. 인중이 약한 분은 관운 역시 약하다. 이 외에도 신기하리만치 사주와 관상은 함께 흘러간다. 그러니 방문하신 분의 관상을 보고 사주를 보면 더 확실하게 그 사람의 미래 운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관상으로 사주의 애매함을 커버하는 경우도 있다. 여자분의 경우 관을 어떻게 사용할지 애매한 경우가 있는데, 눈의 모양과 입술의 형태를 보면 관을 직장으로 쓸지 남자로 쓸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남자도 눈매와 코의 모양을 통해 자신의 재를 사업으로 쓸지 여자로 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사주와 관상은 별개로 존재하기 보다는 함께 한다. 전화로 사주를 보시는 분들 중엔 방문은 힘들지만 관상은 보고 싶다는 마음에 사진을 보내오시기도 한다. 이 때 역시 사진을 통해 실물보단 못하지만 사주와 관상을 아울러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사실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의 상을 짐작하기 때문에 사진을 보는 건 사실 확인용에 불가한 경우가 많다. 목소리의 울림과 톤, 말투가 표준말, 사투리를 가리지 않고 본인의 상에서 표출되어 나오기에 목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의 상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상담을 하면서 그 상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비겁, 인성이 약하면 눈썹이 없으시죠? 하면서 말이다.

 

필자가 위 처럼 말하면... 목소리 듣고 얼굴한번 그려봐 하는 사람이 꼭 있다. 되묻는다. 60킬로인 사람이 100킬로가 되면 두 사람을 구분할 수 있냐고?? 목소리로는 조금 둔탁해질 뿐 큰 차이가 없지만 얼굴은 배는 차이가 날 것이다. 조금 둔탁할 뿐 그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는 목소리의 울림과 톤, 말투는 그대로이다.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완전 딴 사람이겠지만 목소리는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목소리의 울림과 톤, 말투를 그려낼 수 있다면 필자도 목소리 듣고 얼굴 그리는 걸 한번 도전해 보겠다. 역학에 대한 이해가 전혀없는 사람들이 저런 고리타분한 트집을 잡는다. 그럼 목소리로 상을 짐작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얼굴형은 이럴 것이고, 광대는 어떨 것이고, 입크기는 어떨 것이고, 목은 어떨 것이고, 몸은 어떨 것이고 등이다. 뼈대와 근육의 구조를 아는 것이지 그 생김의 윤곽을 아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관상공부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서점에 가면 수 많은 관상책들이 쏟아져 나와 있다. 모두들 얼굴 생김새를 설명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관상책에 있는 그런 얼굴들을 아무리 외워봐도 실제 그런 얼굴을 보기는 힘들다. 이유는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눈이 어떻게 생기면 어떻고, 코가 어떻게 생기면 어떻고 하는 말은 그냥 그런 눈, 그런 코를 가지고 죽은 사람의 얘기다. 관상의 시조로 불리는 마의선생은 제자에게 관상을 가르칠 때 화로 속에 있는 재에 그림을 그려가며 말로 가르쳤다고 전해진다. 잿가루는 흰색과 진회색이 섞여있어서 거기에 줄을 그으도 선명하게 표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거기에 그림을 그려가며 가르쳤다고? 그것도 요즘처럼 고해상도 인쇄를 한 컬러책을 봐도 아리까리한 관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렇다. 관상은 딱 그렇게 생긴 모양새가 아니라 이미지인 것이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바로 관상이다. 그러니 사실 정면을 뚜렷이 보지 않아도 걸어오는 모습, 말하는 모습, 눈의 시선만 봐도 그 사람의 파악이 가능하다. 영화 '관상'을 보면 극중 그 시대 최고의 관상가인 송강호가 임금의 명을 받고 역적의 관상을 찾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고전을 뒤지고 뭘해봐도 떠오르지 않던 역적의 상이 수양대군역의 이정재를 보자마자 떠 오른다. 실제 이정재가 역적의 상은 아니지만 그렇듯 관상은 특정한 생김새가 아닌 이미지인 것이다. 물론 현대는 그러한 이미지를 가지고 관상학적인 통계가 나와 있으므로 그 생김새 하나하나를 따져서 어떻다 어떻다라고 말할 수 있는 현실에 있긴 하지만 그냥 그 생김새 자체를 외워서 관상을 본다는 건 어불성설인 것이다.

 

2013년인가부터 필자도 관상책을 쓰고 있다. 그때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보고 너무 어렵다는 얘길 듣고는 사람을 파악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쓴 책인데 어렵다니? 그럼 척보고 아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였다. 그런데 그때 쓰기 시작한 그 책을 지금은 그리고 있다. 관상책이니 당연히 그림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처음엔 만화가나 일러스트디자이너에게 맡겼다. 그런데 그림이 안나왔다. 이 분들이 사람은 예쁘게는 참 잘그리는데, 그대로를 그리지 못했다. 초상화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분이나 캐리커처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분에게 맡기고 싶었으나 마땅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인간 얼굴의 특징적인 부분을 부각해서 알려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사실 이미지를 알려주고 그림을 그리라고 하는게 쉽지 않았고 받아들이는 예술가 분들도 마찬가지로 힘들어 했다. 그래서 직접 그리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처음엔 테블릿펜을 사서 그리다가 지금은 스마트펜으로 갈아탔다. S펜이 달린 갤럭시탭과 네오 스마트펜, 아이패드프로 애플펜을 이용 중이다. 책을 쓰려다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영영 안나올 수도.. 이렇게 그리면서 출시되는 디지털펜이란 펜은 다 사모을 것 같다. 아마도 스마트펜 품평을 쓰는게 더 빠른 것 아닐까?^^ 그림 실력이 없는 것을 자꾸 도구만 나무라고 있는 것이다.ㅎ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미지를 전달하고픈 마음이 전해졌으면 한다. 마의선생이 잿가루에 얼굴을 그리며 제자들에게 관상을 알려줬던 그 마음으로...^^

 

 

 

인컨설팅연구소    이동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