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 대해 말하면 사람들은 보통 
"거짓말하는 놈이 나쁘다"는 데서 생각을 멈춘다. 
당연히 거짓말은 나쁘다.
그런데 필자가 오래 사람을 봐오며 깨달은 건,
거짓말이라는 게 혼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거짓말은 하는 사람과 믿어 주는 사람, 
이 둘이 만나야 비로소 굴러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같은 거짓말에 자꾸 속는다면, 
거기엔 속이는 사람의 솜씨만이 아니라 
'속고 싶어 하는' 마음도 함께 작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모진 이야기 같지만, 이걸 알아야 같은 데서 또 안 당한다.
먼저 거짓말하는 사람의 속을 보자.

 

거짓말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자기를 지키려는 거짓말이고, 
다른 하나는 남을 이용하려는 거짓말이다. 
앞의 것은 혼나는 게 무섭거나 
미움받는 게 두려워서 둘러대는 거다. 
어릴 때 작은 잘못에도 심하게 혼난 사람일수록 
이런 방어적 거짓말이 몸에 배어 있다.
사실대로 말하면 큰일 난다고 배웠으니, 
위기만 닥치면 반사적으로 거짓이 튀어나오는 거다. 
이런 거짓말은 밉긴 해도 이해할 구석이 있다. 

 

문제는 뒤의 남을 이용하려고 작정하고 하는 거짓말이다. 
이건 양심의 문제라 잘 안 고쳐진다. 
그러니 누가 이 두 번째 종류의 거짓말을 반복한다면, 
안타깝지만 그 사람에게 진실을 기대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듣는 쪽이다.

 

사람은 왜 빤한 거짓말에 속을까? 
단순히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그 거짓말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바람피우는 배우자의 어설픈 변명을 
끝까지 믿어 주는 사람을 보라. 
정말 몰라서 믿는 게 아니다. 
진실을 마주하면 자기 삶이 무너지니까, 
차라리 거짓을 믿는 쪽을 마음이 선택하는 거다. 
거짓말이 통하는 자리에는 
거의 항상 이 '믿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다. 
사기꾼들이 노리는 게 바로 이 지점이다.

 

그들은 상대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정확히 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거짓말에 안 속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내 안의 '믿고 싶은 마음'을 의심하는 거다.
누군가의 말이 너무 달콤하고 너무 내가 바라던 그대로일 때,
바로 그때 한 번 멈춰야 한다. 
'내가 이 말을 믿고 싶어서, 
따져 봐야 할 걸 안 따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필자가 상담에서 늘 강조하는 게 그거다.
말만 듣고 판단하지 말고, 
그 사람이 한 말이 아니라 해온 행동을 보라고. 
사람은 말로는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반복된 행동은 거짓말을 잘 못 한다.

 

듣고 싶은 말에 흔들릴 때일수록, 
그 사람이 그동안 실제로 어떻게 행동해 왔는지를 
냉정하게 떠올려 보는 것. 

 

그게 거짓에 속지 않는 거의 유일한 방패다.

 

 

궁극의 처세술을 담은 <적당한 거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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