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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휴대폰을 포렌식하다.

컨설팅사례보고 2025. 9. 18. 07:27 Posted by 인컨설팅

 

 

엄마가 딸과 자신의 사주를 보러 오셨다. 에너지가 넘쳐보이는 신사일주였는데.. 뭔가 기가 빠진 눈의 상을 가지고 있었다. 엄마의 사주를 보니 사주 그대로, 자기 중심으로 에너지 넘치게 살아오셨고, 배신수를 언급하니 이미 수도 없이 경험했다고 했다.

그리고 딸의 사주...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이 극과 극으로 살아가는 사주다. 그래서 질문하지 않고 딸과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해주면 정말 잘나가는 데, 어떻게 했을 때 극악의 선택을 하더라는 말해주면서, 딸에게는 어떻게 해주고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다.

 

역시나 극악을 선택했다는 직감이 왔지만.. 남의 자식의 죽음을 먼저 언급하는 건 아니기에 티슈를 뽑아 드리면 울음이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감정이 안정될 즈음 테이블 위에서 녹음하고 있던 휴대폰이 아닌 다른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플레이시킨 후 테이블 위에 놓는다. 내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캐나다 집에서 좀 오래 머무르다 귀국하자 마자였고, 그전부터 한동안 개인상담을 안 하던 시기였는데, 너무 자주, 그리고 간절히 요청한다면서 직원이 먼저 나서 좀 해주면 안 되냐고 해서 예약된 케이스였다. 아직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9월 낮임에도 진회색 아래위에 스카프로 얼굴까지 감싸고 상담실에 들어섰다. 아주 무표정했으나 필자를 보고 말할 땐 웃음을 지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사주 역시 우울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한다면 지금처럼 힘들어하진 않을 것같아 그렇게 하라고 말해주고, 함께 물어온 엄마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알려줬다. 그리고 엄마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려달라길래 엄마의 에너지, 엄마의 마음을 설명해 줬다. 엄마를 보지 않은 필자가 엄마의 모습과 행동에 대해 정확하게 묘사하자 신기해하면서 한 가지 질문을 했다.

그럼, 엄마가 제가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닌 거네요?’

당연히 그렇다고 했다. 엄마는 역대운에 가 가득한 딸을 키우는 인성다라서 딸의 미래에 대한 의심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딸의 미래가 너무 걱정이 되어 딸에게 하나부터 열까지를 다 가르치고 익히게 해서 미래를 대비하게 해주고 싶었던 거다. 시킨 걸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딸이 싫은 게 아니고, 너무 사랑하기에, 엄마는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도 잘 살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자신의 에너지를 너무 과하게 쏟아부을 수도 있음을 말해줬다.

딸은 필자이 말을 듣고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고, 기쁨의 눈물도 흘러나왔던 기억이다.

 

그 후 즈음부터 딸은 몰라보고 달라졌다고 했다. 긍정적으로 바뀌어서 시키는 걸 일단 시도를 하기 시작했고, 잘 해냈다고 했다. 하나를 잘 해내더니 다른 것들도 모두 몰라보게 다른 사람이 되어 갔다고 했다. 그리고는 엄마를 위로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평생 너무 조마조마했던 딸에게 위로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기에 너무 행복했다고 한다. 코로나가 터지고 사회가 멈췄을 때도 딸은 엄마가 원하는 업그레이드를 계속했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의 사무실을 물려받을 수 있는 세무사에도 합격했단다. 2년 만에 환골탈태란 말이 나올 만큼 성장한 딸을 보며 정말 뿌듯했지만, 엄마는 조금 더 준비시키고 싶었단다. 그건 결혼이었다. 결정사에 가입시키고 계속해서 선을 보게 시켰단다. 이상하게 딸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지만, 이미 지불은 끝난 상태이기에 스케줄이 잡히면 계속해서 내보냈다고 했다. 딸은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싫어도 나갔을 것이다. 엄마는 차선이 선택이라도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람 사는 게 다 같으니 너무 싫지만 않으면 같이 살 수 있다는 말이었단다. 그래서 한 남자와 사귀기 시작했고, 집 밖으로 밀어내는 엄마 탓에 그 사람과 자주 만날 수 밖에 없었고, 딸에게 그 남자가 더 익숙해질 즈음 동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엄마가 하는 한 마디도 딸에게 닿지 않았다고 한다. 딸의 가득한 미는 엄마를 떠나 그 사람에게 익숙해진 것이다. 딸이 말을 듣지 않자 남자를 닥달하기 시작했고, 엄마와 남자가 싸우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후부터였단다. 남자의 힘에 눌린 엄마는 대응하기 힘들었고, 딸을 데리고 집으로 온 남자는 자기 마음대로 하기 시작했단다. 남자에게 복종하기 시작한 딸이 미워지기 시작할 즈음, 엄마는 그래 그렇게라도 잘살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한남동 집을 내어주고 사무실 근처에 투룸 오피스텔을 사서 나왔단다. 한 달이 지났을 즈음.. 경찰서라며 걸려온 전화로 딸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약물을 과다 복용해서 119로 병원에 실려왔는데, 온몸에 폭행 흔적이 있어 경찰에 신고된 상태로 같이 있던 남자는 긴급체포됐다고 했다. 딸이 위급한 상황이니 빨리 오라고 했다고. 그렇게 딸이 떠났단다.

 

딸의 소지품을 챙기면서 남자의 범죄행위 때문에 부검과 휴대폰 포렌식이 진행되었고, 한참 후에 딸의 휴대폰을 돌려받은 엄마는 필자와 딸의 상담 내용을 들을 수 있었던 거다. 딸이 남자에게 복종한 것도 엄마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남자 때문인 걸 딸이 녹취 해둔 걸 듣고 알게 됐단다. 엄마는 자신이 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딸이 사주상 사실이었지만 그렇게 말해주면 안 되는 거다. 그래서 딸의 마음을 말해줬다. 엄마를 너무나 보호해주고 싶었던 딸이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슬플 거라고 말해줬다.

 

코로나가 지난 후 연락이 끊긴 사람이 많다. 필자 입장에선 잘 살아가고 있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케이스를 보고 나니 마음이 심란하다. 이 딸이 문자로 질문한 내용과 그때그때 전화 상담한 내용이 상담용 휴대폰에 남아 있어 찾아봤다. 남자의 생일로 만나도 되는지를 물은 내용도 있다. 물론 선을 봤던 다른 9명의 생일도 있었다. 분명히 폭력성을 언급했고, 경제적으로도 말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란 답도 해줬었다.

 

엄마가 밀어붙인 차선이 필자의 말을 이긴 건, 사실 모녀의 미래를 위해서는 좋은 일이었으나, 그건 이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른 사람이 새로 들어오면 모든 역학 구도가 바뀌고 그에 따른 판단이 달라지 게 된다. 한 번도 엄마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딸이 엄마를 보호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결과가 된 것이다.

 

엄마는 감사해했다. 비록 지금 딸은 없지만 30년 동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자신이 일방적으로 푸시만 가하던 모녀의 관계가 필자와의 상담 후 극적으로 변했던 2년을 생각하면서 딸을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단다. 2.. 끊임없이 딸에게 했던.. ‘진작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란 말을 하며 행복했던 기억을 감사하단다.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사실 딸은 필자에게 상담받고 죽고 싶었다고 했었다. 필자가 6개월 간 예약을 안 해줘서 실행하지 못했다는 말을 태연하게 했었다. 그렇게 그때 간 것보다는 엄마에게 충분히 좋은 기억을 남기고 떠난 것이 다행이란 말이다. 사람은 그것만 가지고도 살아갈 수 있는 존재다. 그러니 이 엄마도 그렇게 살아가실 것이다.

 

 

인컨설팅  이   동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