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서 예약하고 한달 넘게 기다린 여자분의 상담이 있었다. 이런 경우 필자는 사주명식을 뽑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 몇가지가 있다. 이것을 선입견으로 두진 않지만 명백하다면 분명 컨설팅에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필자가 최근엔 기업컨설팅이 끝나는대로 개인사주 예약을 받아주기 때문에 한달이나 기다리는 경우가 잘 없는데도 불구하고 기다렸다면 아주 바쁜 분이거나 시간을 마음대로 빼지 못하는 상황에 계신 분이다. 그리고 급한 분은 자신의 일을 조정해서라도 상담을 빨리 하려고 하는데 한달이나 기다린 걸 보면 알고 싶은 내용이 그렇게 급한 건 아닐 것이다.

 

상담 테이블 위에 그냥 봐도 비싸보이는 가방을 올려놓고  앉는다. 보통 옆에 빈 의자에 놓기 마련인데 자랑하고 싶은가 보다. 사주명식을 뽑았다. 재가 가득하다. 남들처럼 돈 좀 벌어보는게 소원이시죠? 물었다. 자기가 놓아둔 가방을 쳐다본다. 그리고 사뿐히 가방을 만지며 말한다. 선생님, 이 백 보고도 그런 말씀이 어떻게 나오세요? 물었다. 그 가방이 비싼거예요? 헤르메스? 몇천? 하하하. 그렇게 비싼 가방이었어요? 근데 가방은 가방일 뿐이고 전 사주를 보는 사람이예요. 사주를 보고 말씀을 드려야죠. 제 말이 틀리면 보실 필요없어요. 제가 말씀 안드려도 이미 잘 살고 계시니깐요. 봐달라고 한다. 가는 곳마다 자기가 돈이 많고 사업을 하든지 사업을 크게 하는 남편을 뒀든지 했을거라 했단다. 가방을 보면 돈 많다는 얘기는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전에도 말했지만 사주는 안보고 엉뚱한 걸 보는 인간들이 참 많다.

 

모기업 회장 사모님 비서라고 자길 소개했다. 사모님이 다른 직원은 쓰던거 주시는데 자기한텐 새걸로 선물해 주신단다. 그 가방도 사모님께 최근에 선물받은 신상이라고 한다. 자기 시간이 없단다. 23살에 인턴으로 입사한 후에 10년 동안 자기 말로는 하녀처럼 수행을 했다고 한다. 직장 생활한 걸로 치면 돈도 많이 모았단다. 쓸 시간이 없단다. 모인 돈으로 부모님 병원비 쓴 걸 빼면 그대로 란다. 주거도 사모님집에서 같이 해서 집값도 안든단다. 회장님은 다른 분과 사시는데, 그래도 두분 사이는 좋은 편이란다.

 

최근에 결혼을 해야겠기에 선을 본다고 한다. 그런데 눈에 차는 남자가 없단다. 10년을 재벌가 생활을 어쨌든 하고 나니 평범한 남자는 다 찌질해보이거나 답답하단다. 하지만 이젠 정말 외로워서 결혼을 하고 싶단다. 남자도 사겨본적 없는 사람이 결혼은 무슨 결혼이냐니깐, 어떻게 알았는지 묻는다. 이 분은 자기가 사주를 보고 있단 걸 자꾸 잊는 듯 하다.

 

결론은 결혼은 힘들 것 같다..였다. 분명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살 사주였지만 결론은 그 반대다. 이유는 이 여자분은 이미 결혼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주를 사모님이 해결해주고 매달 꼬박꼬박 월급도 꽂힌다. 가끔 명품백도 선물해준다. 남자만 없지 완벽한 결혼생활과 유사하다. 거기다 연세가 지긋한 사모님을 돌본다. 늙으면 애와 같다고들 말하는데 실제로 노인을 돌보는 사람은 아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반대로 아이의 필요성을 노인과 놀아주면서 해소하기도 한다. 이 분은 외로울 뿐 이미 결혼생활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외로워도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러면 이상하게도 결혼이 안된다. 일을 그만 둬야 하냐고 묻는다. 엄마가 육아를 끊는 것처럼 싶지 않을거라 말해줬다. 실제로 결혼을 생각한다니깐 사모님이 결혼하지 말고 같이 살자고 하더란다.

 

대리만족이란 말이 있다. 원래 것으로 만족 못하니 다른 것으로 만족한다는 말이다. 사람이란 건 욕망 덩어리고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생존한다. 그런데 채우고 싶은 욕망을 다른 것으로 채울 수도 있는게 사람이기도 하다. 특히 사주 구성상 욕심이 많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원래 누려야할 것들을 다른 걸로 대체해서 대리만족을 하고 산다. 특히 종교계에 계신 분들이 이런 경우가 많은데, 테레사 수녀님 같은 경우도 사주 자체로는 수녀의 사주가 아니지만 봉사와 희생을 통해 자신의 사주를 대체해서 사셨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가장 흔한 사례는 아이가 없는 중년부부의 경우인데, 아이가 없음에도 신혼의 기분을 유지하면서 알콩달콩 잘사는 부부들을 보면 부모님을 비롯해 일가친척 노인분들과 자주 어울리고 놀러도 다닌다. 원래는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놀아야 하지만 대체하는 것이다. 이런 대체, 대리만족은 아주 다양하게 일어난다. 그러므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걸 왜 못하나를 생각할 때, 혹시 내가 다른 것에 대리만족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차피 사람은 팔자대로 살아가니 말이다.

 

 

 

인컨설팅 역학연구소    이동헌

 

 

 

 

 

 

 

사주대로 산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그 정확한 의미를 모르면서 사주대로 산다는 말만을 믿어버리면 사주명리학에 대한 심각한 오해가 발생한다. 그것 때문에 사이비 점쟁이들이 사주명리학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사람은 사주대로 살아간다. 사주란 자신의 생년월일시로 뽑은 여덟글자, 즉 팔자다. 이 팔자와 팔자에 연계되어 10년에 한번씩 바뀌는 대운과 모든 사람이 같이 겪는 매년 바뀌는 년운(세운)에 따라 살아가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팔자대로, 즉 사주대로 살아가는 건 맞지만 그 현실은 다르다는 점이다. 사주대로 살아가는데 현실은 다르다? 무슨 말이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의 사주팔자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가 나온다. 간단히 말하면 직업이 나온다는 말인데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어서 어떻게 쓰는 구조인가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다.

 

머슴사주를 가진 사람이 있다. 머슴이란 주인이 있어야 하고 그 주인의 재(돈)를 기반으로 일해서 먹고사는 직업을 말한다. 옛날 머슴은 부자집이나 부자가 아니라도 양반집에 있었지만 요즘은 직장생활하는 사람을 머슴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 '머슴사주다'라고 말하면 요즘은 직장인이구나 하면 된다전형적인 머슴사주를 가진 사람은 그냥 직장생활을 평생동안 열심히 하면서 살게 된다. 팔자에 가진 인자에 따라 직업의 종류가 달라지게 되기도 한다. 머슴사주를 가진 사람이 역마살이 있다면 어떨까? 역마살은 돌아다니는 인자이므로 직업도 돌아다니는 직업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옛날에는 직장이라고 해봐야 규모가 아주 작았기 때문에 '직장 = 직업'의 등식이 성립했지만 요즘은 한 직장에서 하는 모든 업종의 일이 가능하므로 가진 인자에 따라서 같은 직장은 다녀도 아주 세분화된 일을 하게 된다. 이 사람에게 장사운이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주인대신 손님을 섬기는 손님수가 많은 식당, 서비스, 판매업을 하게 된다. 주인을 다수의 손님으로 바꿀 분 손님을 왕으로 생각하는 장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사람에게 부동산 운이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부동산업 즉 부동산임대업을 하게 된다.

 

이렇게 머슴사주를 가진 사람이 그 사주 생긴대로 살아가는 건 맞지만, 그 나타나는 현실은 자신이 가진 인자에 따라 하는 일이 달라지고, 대운과 세운에 따라 주인을 섬길수도 있고 손님을 섬길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 이 사람에게 사업운이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 운이 들어와도 사업을 하지 않지만 사업을 한다면 망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머슴이 주인에게 하극상을 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인데, 이런 사람은 꼭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장사가 잘되서 규모가 커지면 자기가 잘나서 그런 걸로 착각을 한다. 이는 실제 장사가 잘된게 손님이나 거래처 덕분임을 망각하는 것으로, 이후 손님이나 거래처를 함부로 막 대하는 갑질이 나오게 되고 그 결과로 한방에 망하는 게 되는 것이다.

 

사주대로 산다는 건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의 분수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니 내 사주 생긴 모양만 제대로 알고 언제 펼지 언제 접을 수만 안다면 내 분수 안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새가 아닌 사람이 날려고 하면 못나는게 그렇게 괴로울 수 없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 '사람은 원래 못나는 거야'라고 누군가가 확실히 알려주기만 해도 그 사람의 괴로움은 줄어들게 된다. 사주를 보는 사람의 역할은 이런거라고 생각한다. 이래서 함부로 사주를 봐주기가 쉽지않고 더군다나 귀가 닫힌 사람에게는 사주를 봐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컨설팅 역학연구소   이동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