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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05.16 사람들은 사주를 재미로 보지 않는다 2

 

 

요즘 부쩍 많이 들어오는 사업 제안이 하나 있다.

사주관련 DB를 만들자는 것이다. 아예 AI기반으로 만들자는 사람도 많다. 필자의 사주 관련 콘텐츠를 열 장, 스무 장에 넘기라는 제안은 몇 년 전부터 있었지만, 이젠 더 강하고 구체적으로 제안을 해 온다. 그들 생각엔 필자의 사주 DB라면 무조건 돈이 된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30년 전 가을.. 서울 테헤란로와 부산 서면과 남포동에는 500원 짜리 ‘오늘의 운세’ 페이퍼를 팔았었다. 신문에 띠별 사주가 인기리에 실릴 때였고, 080 전화 사주가 시작되던 그럴 때였다. 제대 후 필자가 만든 전화 사주 DB가 반응이 좋자, 인쇄하던 분들이 제안해서 서울과 부산의 가장 번화가에서 팔게 된 것이었다. 그때 생각은 한 줄 띠 운세를 보는 사람이 8절지 반 정도 분량인 오늘의 운세를 보면 재미있어하지 않을까였다. 매주 일주일 치의 띠별 운세를 서울과 부산의 인쇄소에 빠른 등기로 보냈다. 이메일도 없던 때여서 등기가 가장 빨랐다. 서울은 정확히 모르겠고, 부산은 만장 정도를 인쇄해서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 신문가판대에 두면 신문과 함께 팔리는 식이었다. 사실 얼마나 팔린 지는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그 당시 교수님 월급보다는 훨씬 많이 받았었다.

그런데 1년이 채워지기 전에 필자는 이 일에서 발을 뺐다. 재미로 볼 것이라고 생각한 필자의 생각이 틀렸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자기 생활의 판단을 하고 있었다.

띠란 건 전 국민을 12가지로 나눈 것이다. 통계적으로 아무런 가치없는 내용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필자의 ‘오늘의 운세’는 달랐다. 현재의 필자가 출간한 <이동헌의 원샷원킬 사람읽기>의 내용과 그 날짜의 운과 그 날짜에 반응이 있을 사람들의 생일이나 생월을 특정한 내용의 적중률은 70% 이상이다. 아무일도 없이 지나가는 사람을 빼고 어떤 일을 하거나 하게 되는 사람이 이것을 보고 판단한다면 적중 확률은 90%를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랬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강하게 이 ‘오늘의 운세’를 추천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자신의 아주 비싸고 귀중한 결정을 500원짜리 종이 6장을 보고 질러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강한 맹신은 너무 강한 배신감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인쇄소를 찾아와서 난리 치는 사람이 며칠에 한 명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결국은 종이 몇 장을 보고 인생을 결정한 사람만 바보 취급당하게 된다. 그렇지 않겠는가? 어떤 어머니가 을지로에 있던 서울 인쇄소로 찾아왔었다고 한다. 자신의 아들이 ‘오늘의 운세’를 보고 매매운이 좋다고 해서 미심쩍음에도 집 계약을 했다가 사기를 당했다고 한다. 계약 전에 전화로 ‘오늘의 운세’가 너무 정확하니깐 사기가 아닐 거라고 했단다. 그러고는 사기 당한 걸 알고 자살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의 운세’를 인쇄한 인쇄소나 필자를 원망하는 게 아니라, 또 그런 어리석게 행동할 사람이 생길지 모르니 그만 발행하면 안 되겠느냐라는 말을 하러 오신 거란다.

 

필자는 이 말을 전해듣고 바로 접었다. 인쇄소 분들도 분명 돈이 되긴 했지만 필자의 말을 따라주었다. 그런데 이런 게 돈이 되니 따라하던 후발주자들이 우리가 사라진 시장에서 몇 년간 돈을 벌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내용이 신문의 띠 운세 수준이라 안심했던 기억이 있다.

 

사람들은 사주를 재미로 보지 않는다. 사주의 내용은 틀린 것이라고 뇌리에 막히게 된다. 운이란 것이 그 정도로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함부로 사주를 소모 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필자가 사주를 봐줄 때는 반드시 그 내용을 녹음하게하고 반복해서 들으라고 말씀드린다. 사주는 A라면 A인 이유를 자신이 알아야 A가 되기 위해, 되었다면 유지하기 위해 행동하게 된다. 사주는 각자가 가진 사주팔자와 10년마다 변하는 대운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매년 매년의 년운과의 결합으로 예측 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그 예측 가능성을 좌우하는 건 나가 아닌 타인들이다.

그 타인들도 마찬가지고 그들의 사주팔자와 대운을 세운에 대입해서 살고 있다. 이 말은 대한민국에 5천만 명이 산다면 나는 5천만 개의 변수에 영향을 받고 산다는 말이다.

나 아닌 다른 변수가 그렇게 많은데, 내 사주가 어떤 사주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 사주가 어떤 사주라도 그 변수에 언제라도 휩쓸릴 수 있는 게 현실인 것이다.

그러니 내 사주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내 사주를 제대로 알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행동해야만 내 사주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감사 문자를 한 통 받았다. 안양에 사신다면 한 번은 방문해서 드셔보셨을 맛집을 하시는 분의 문자였다. 정말 양심적이고 푸짐한 사주를 가지셔서 식당이 잘될 수 밖 게 없는 분이시다. 그런데 반면 부모운이나 형제운은 엉망이고, 그런 까닭에 풍파 속의 난파선처럼 많이 흔들리는 분이기도 하시다. 이분께서 식당 건물 매입을 물어오셔서 계속해서 하지 말라고 말렸는데, 이분에게 사주적으로나 풍수적으로 딱 맞아 보이는 물건이 나타났다. 필자가 보기에 한 가지 문제는 가격이었다. 시장가는 훨씬 높지만 낮춰서 18~19억을 부른다고 했다. 필자는 급하지 말고 15를 부르라고 했다. 도둑놈 같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가격인 17미만으로 매입하기 위한 단수를 두는 것이라고 흔들리지 마시라고 했다. 17이하는 절대 안 된다고 다시 조율이 들어오고 수차례 만났다고 문자가 왔다. 그래서 그냥 안 한다고 전하라고 했다. 이 흔들리는 분이 올해는 사년이라서인지 필자의 뜻을 너무 잘 캐치하셨다. 건물주 쪽은 아마도 사년이라서 급했을 것이다. 이후 최종 16억에 계약했다고 감사 인사가 왔다. 그리고 건물주가 협상 과정에서 부족한 현금이라고 말했던 금액까지 빌려주기로 했단다.

이분은 사실 올해보단 내년의 매매운이 더 좋다. 그런데 모두가 바쁜 사운에 평정심을 유지하니, 오히려 상대편의 평정심이 깨지면서 자신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러니 올해의 운세, 오늘의 운세를 보고 가부를 단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내 사주를 알고, 그때의 운을 알고, 그래서 남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안 후에, 내가 하려는 행동이 유리하다 불리하다를 판단할 수 있는 게 운세를 보는 이유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닌 맹목적으로 좋다, 나쁘다만 맹신하는 건 무의미한 짓이다.

 

요즘 필자는 심리학계가 과학적으로 검증한 ‘BigFive’이론으로 성격유형분석 앱을 개발하고 있다. 비과학적인 MBTI 열풍이 갑자기 불어서 미뤄둔 일이었다. 향후엔 이 앱과 사주명리학의 심리파트를 동시에 적용하는 앱으로 발전시킬 생각이다. 그러면 운세가 아닌 내가 생겨먹은 모양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들어오는 운을 조정하면서 잘 사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인컨설팅 이 동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