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잘하는 방법을 찾다가 필자를 검색해서는 필자 말대로 살아보니 삶의 의욕은 좀 생기기 시작했는데.. 뭘 어떻게 하고 살아야 할지 너무 막막해서 찾아오신 분의 얘기다. 학창 시절을 부모님과 선생님이 시키는 것만 하고 살았고 대학을 나와 직장 생활할 때 처음 한 반항이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한 결혼이란다. 이분은 자신의 사주처럼 반항도 화끈했다. 남편은 중졸에 절도전과가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건 과거 배고픈 시절의 실수였고 만날 당시에는 택배기사를 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아이를 가지고 가출을 해서는 동거를 시작하면서 혼인신고를 했단다. 여자분도 직장생활을 계속하면서 신혼의 꿈을 키웠다. 그런데 교통사고로 남편이 죽게 된다. 혼자되었지만 부모님은 무남독녀 딸이 첫 번째 행한 반항이 너무나 충격적이라 받아주지 않으셨단다. 그래서 완전한 외톨이가 되어버린 이분은 아이를 출산한 후부터 자살을 생각하면서 1년을 보냈고 통장이 바닥나자 하는 수 없이 알바를 하면서 연명해오고 있다고 했다. 


'예전 직업이 뭐였는데요?'

'간호사요?'

'간호사요?? 지금은 무슨 아르바이트하시는데요?' 

'편의점에서 일해요.'

'편의점에서 일하시면서 상담받으러 오신 거예요?'

'목숨이 달린 문젠데 돈이 뭐 중요하겠어요.'

'간호사시면 간호사일을 하시면 되잖아요?'

'제가 간호사이긴 하지만 간호사 경험은 별로 없어서 자신이 없어요.'

'사시는 건 어디 사세요?'

'남편이 전세로 얻은 원룸에서요.' 

'전세 기간은 언제까진데요?'

'지났어요. 전세금 올릴 거니깐 나가라고 해요. 지금도..'

'지금부터 제말 잘 들으세요. 아기 키우면서 간호사일 할 수 있는 곳으로 지역을 옮기세요. 시골로 가시면 됩니다. 시골은 집값도 싸니깐 지금 전세금으로도 부담 안되실 거예요. 지금 계신 대구에서 한시간만 외곽으로 가도 간호사시면 경력 없어도 일 배우시면서 일할 수 있는 간호사 일자리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실 거예요. 거기서 아무 생각 없이 3년만 일하세요. 죽으려고  찾아온 게 아니고 살려고 오신 거잖아요.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그 3년이 지나고 이 분이 다시 오셨다. 

'그래 어디로 옮기셨어요?'

'OO요.'

'살만 한가요?'

'글쎄요. 3년 전에 대표님을 찾았을 땐 정말 상담하고 죽어라면 죽어야지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어요. 사실 주변에서 저를 필요로 하고 저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너무 챙기시는 부모님이 부담되서인지 챙김을 받는 건 정말 지겨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었는데, 지금은 많은 분들이 절 챙겨주셔서 너무 행복해요. 부모님 하고도 1년 전 즈음 연락이 닿았어요. 먼저 찾고 계셨더라고요. 사는 거 보시고 교류하다가 3개월 전부터는 부모님이 저 있는 근처로 이사 오셔서 행복하게 살고 계세요. 딸이 꼭 필요한 사람이란 걸 알려 드릴 수 있어서 예전에 죄송했던 걸 다 만회한 느낌이고요.'

'그래요. 그럼.. 좋은 분이 생겨서 오신 거겠네요?ㅎ'

'아.. 아시네요. 맞아요. 2년 정도 봐온 분인데 느낌도 좋고 실제로도 친절하고 잘해주세요. 근데 그래도 대표님께 물어야 할 것 같아서요.'

'생일 불러봐요.'

'몇 년 몇 월 며칠 양력이요.'

'음... 이 분은 아니네요. 그냥 연애만 하세요. 애기랑 부모님 핑계 대면서. 결혼해서 같이 살 궁합은 아닙니다.'

'그래요? 그래도 전 좋은데...'

'결혼하시면 안 그럴 거예요. 이 분은 친하면 과격해지는 분이세요. 의심이 많아서 의처증도 심할 거고요. 적당한 거리를 두면 대신에 아주 친절하죠.'

'좀 그래요. 한 번씩 욱하긴 하는데 그게 그렇게 결혼해야 나오나 보네요?'

'예. 남자는 필요하니 그냥 연애만 하세요. 그건 괜찮습니다. 부모님까지 근처에 계시니 더 들이대진 못할 겁니다. 대신 부모님과 상견례 같은 식사자리나 이런 것도 만들지 마세요. 애 하고도 같이 하지 마시고. 둘만 만나세요. 주변과 친해져도 결혼한 것과 같은 성향이 드러나거든요.'

'예. 그럴게요.'


최근에 이 분의 소식을 들었다. 이 분의 소개로 상담 오셨던 이 분이 근무하던 병원의 원장 부인이 재상담와서 였다. 원장 부인이 재상담 온 이유는 이 분을 대체할 직원의 일 궁합을 보기 위해서였다. 일을 그만둔 거였다. 이 분은 결혼을 하진 않았지만 부모님 허락하에 동거를 하더란다. 몇 달 잘 살다가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한 적이 없는 결근이 잦아지더란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집에서 갖혀지내고 있단다. 그냥 그만둔다고 말했지만 일손이 달려서 계속 출근하게 하자 동거남이 원장인 자신의 남편과 무슨 관계 아니냐며 병원에 쳐들어와서 따지는 바람에 완전히 그만두게 되었단다. 


저분의 고통은 언제 끝이 날까? 아마도 앞의 과정이 반복되어야 끝날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이성과의 궁합이 좋을 확률은 30% 미만이다. 그래서 좋아서 결혼해서는 그렇게들 많이 헤어지는 것이다. 위의 분은 궁합이 나빠도 너무 나쁜 경우에 속한다. 사실 저런 남자와 여자분들의 궁합이 좋을 확률은 5% 미만이기에 일반적인 여자분들은 아예 눈길도 안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여자분은 아주 화끈한 사주를 가지고 있고 이 남자분은 아주 화끈한 분이다. 그러니 이 여자분은 이런 화끈한 남자에게만 눈이 가는 것이다. 앞에 사고로 죽은 남편도 같았다. 다행히 첫 번째 만난 사람은 빨리 떠나 줘서 빨리 편해졌지만 그게 인력으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러니 이 여자분의 고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렇게 말렸음에도 자기 무덤을 저렇게 자기가 파는 사람이 많다. 


사실 저런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 필자의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사주를 보면서 상담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의 대부분을 알게 된다. 그러니 필자에게 상담을 받으시는 분의 고통을 필자는 간접 경험하게 된다. 이런 것 때문에 개인상담을 최대한 자제하려 노력하는 것인데.. 또 그러기엔 상담 후 개선되시는 분들도 많기에 그런 쾌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과 항상 충돌한다. 확률상 쾌감을 느끼는 케이스가 압도적으로 높기에 내정법을 통해 가리고 가려서 상담을 해나가는 것이다. 아마도 조만간 저분은 헤어지는 방법을 묻기 위해 다시 필자를 찾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남자가 떠나가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것이 필자의 말처럼 이뤄졌으면 한다.



인컨설팅   이동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