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그런건 아니겠지만 메르스는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계 직업을 보는 눈을 바꾸어 놓고 있다. 최고의 인기직업에서 기피직업이라는 인식을 심어 놓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필자에게 진로 컨설팅을 받은 분들 중 의대와 간호학과를 희망하신 분들의 재상담 신청 러시로 확인하고 있다. 이 분들이 처음 가진 생각은 내가 먹고 살만 하니깐 자식들이 성적만 된다면 의사를 하면서 편안하게 살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분은 자신의 아들, 딸이 공부를 아주 잘하기 때문에 의대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고, 딸을 둔 부모의 경우 의대가 어렵다면 그래도 간호대 아니면 임상병리, 물리치료, 방사선과 등등은 가야 다른 여자가 가지는 직업보다 연봉도 높고 직장도 안정된다고 생각해 사주로 봐서 가능한 대학이나 지역을 지정해 달라고 하신 분들이다. 그런데 메르스가 유행하면서 의사를 비롯해 의료계 종사자들이 메르스에 감염 되는 사례가 늘어나자 생각이 조금 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 직업이 평상시에는 돈 잘벌고 편해 보일 수 있지만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돌면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최전방에서 싸우는 직업이란 것을 알게된 것이다. 몇 년전 구제역이 돌 때 수의대를 지망하던 학생들이 발길을 돌린 것과 비슷한 사례로 보인다. 재상담을 오셔서는 아들, 딸의 사주가 의사나 의료계 사주가 아닌데 구지 보낼 필요는 없지 않겠냐는 필자의 말을 생각해내서 그럼 어딜 가야하는지를 알려 달라는 분들이 특히 많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글에서 여러번 언급 했던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부모가 자식의 진로를 선택하지도 강요하지도 선택하도록 유도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부모가 생각한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었던 의사가 하루 아침에 전혀 그렇지 않은 직업으로 바뀔 수 있다는게 그 이유다. 부모는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게 좋고 어떤게 나쁘고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식에게는 좋은 것만 주고싶고 좋은 길만 걷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부모는 달리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정말 가장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가장 잘 살아 갈 것이고, 그래서 자식이 나와 똑같이만 살면 자신처럼 아주 잘 살 수 있다는 자신이 없다면 그냥 자식에게 모든 판단을 맡겨두고 조언자의 역할 또는 조언자를 찾아주는 역할에서 그쳐야 한다. 나도 내 삶에 불만이 많은데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알 것이며, 그 사람들이 정말 내가 생각하듯이 잘살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또 그 직업이 어떻게 필요없어지거나 인기를 잃을지 어떻게 알겠는가?

 

사람은 자기가 가진 만큼만 보고 산다. 그걸 팔자대로 산다고도 말하고 사주대로 산다고도 말한다. 이것이 자식에게든 다른 누구에게든 함무로 충고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자기는 등산을 하면서 수영하는 사람에게 숨쉬기를 가르치는 꼴을 많이 본다. 그냥 누가 물어오면 나는 이래서 이렇게 산다, 한다 정도만 얘기하고 살자. 그게 남에게 폐 안끼치고 팔자대로 잘 사는 방법이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정말 모르겠으면 나 같은 사람을 찾아오시라. 당신의 팔자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살아야 잘 살 수 있는지 가감없이 말씀은 해드릴 수 있는 사람이 나이니 말이다.

 

 

 

인컨설팅 역학연구소    이동헌